신도시 상업용지 미분양 심각… LH, 8.7조 원 규모 토지 ‘재고’
전국 2기 신도시에 조성된 상업·업무용 토지 중 상당 부분이 팔리지 않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약 8조 7천억 원 규모의 미매각 토지를 떠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도시 한복판에서 철제 울타리로 둘러싸인 채 잡초만 무성한 빈 땅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공원처럼 정비되지도, 그렇다고 잠시 비워둔 땅처럼 보이지도 않는 이곳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상당수가 이미 지반을 다지고 계획적으로 조성된 땅이지만, 주인을 찾지 못해 활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주택토지공사(LH)가 주도한 2기 신도시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LH가 공급 공고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사겠다는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팔리지 않은 토지는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전국 1,543만㎡에 달했습니다. 이는 5년 전보다 26.8% 증가한 수치입니다. 특히 상업·업무용 토지의 미매각 면적은 2021년 69만 4천㎡에서 올해 191만 7천㎡로 3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비록 전체 미매각 토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낮지만, 입지가 좋고 땅값이 비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미매각 토지 대금의 약 40%에 해당하는 8조 6,699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입니다. 지역별로는 양주(옥정+회천)가 11%로 미매각 토지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파주 운정(6.6%), 화성 동탄2(3.8%)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땅이 팔리지 않는 주된 이유는 수익성 악화에 대한 민간 사업자들의 우려 때문입니다. 온라인 쇼핑의 발달과 대형 쇼핑몰 집중 현상으로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상가나 도시지원시설을 지어 수익을 내려던 민간 사업자들이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하여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LH 청약 홈페이지의 미매각 토지 입찰 공고 186건을 분석한 결과, 유찰되거나 미당첨된 경우가 92%에 달했습니다. 특히 근린생활시설 용지는 75건 중 73건, 상업용지는 66건 중 64건이 주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경기도 양주옥정신도시의 한 근린생활용지는 올해에만 5번이나 유찰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LH는 미매각 토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금 납부 기간을 연장하거나 환불을 보장하는 조건까지 제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합니다. LH 관계자는 수요 파악과 판촉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2기 신도시의 조성 과정에서 1기 신도시의 베드타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도시지원시설용지와 유보지가 오히려 자족용지 수급의 불균형을 초래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또한, 1기 신도시보다 훨씬 긴 2기 신도시의 조성 기간과 이로 인한 입주 지연, 기반 시설 부족 역시 토지 수요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입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반영하여 3기 신도시에서는 상업용지 비율을 2기 신도시보다 낮추고 자족용지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도시계획 초기 단계부터 실제 시장 수요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주택은 광역적인 접근성을 기반으로 하지만, 상업·업무 시설은 지역 내 소비력과 기업 집적도 등 별도의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또한, 광역 교통망 발달로 기존 상권으로의 이동이 용이해지면서 신도시 내 상업용지 미분양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상업·업무용지 공급을 보수적으로 계획하고, 미래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복합·전환 용지 도입이 제안되었습니다. 그러나 현행 인허가 및 계획 체계상 용도가 확정되지 않은 토지 계획의 승인이 어렵다는 점과,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변화가 장기적인 도시 계획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LH는 신도시 개발 사업 전반을 주도하면서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습니다. 신도시 조성에 투입된 비용과 부채 상환은 주로 조성된 토지 매각 대금으로 충당되는데, 상업용지 등 비주거 용지가 팔리지 않으면 재정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약 185조 원에 달하는 LH의 부채는 주택 공급 확대와 맞물려 재정적 위험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LH의 구조 개혁을 통해 비주거 용지 개발 이익으로 손실을 메우는 구조를 유지할지, 아니면 정부 재정으로 명시적인 보전이 이루어질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자료 출처: KBS (네이버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