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경찰관, 접근금지 명령 어기고 전 부인 살해…1년 전 ‘죽인다는’ 신고에도 소극 대응
제주 서귀포에서 전직 경찰관이 이혼 소송 중이던 전 부인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범행 약 1년 전 피해자가 남편의 살해 협박을 경찰에 알렸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당시 경찰은 이를 '위험 점수 2점'으로 평가하고도 적극적인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주택에서 5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의 피의자가 전직 경찰관인 50대 남성으로 밝혀졌습니다. 서울에서 경정으로 명예퇴직한 이 피의자는 이혼 소송 중이던 피해자에게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접근하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KBS의 단독 보도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KBS가 사건 발생 약 1년 전의 112 신고 기록을 확인한 결과, 피해자는 이미 당시 남편으로부터 "죽인다고 한다"는 위협을 받고 경찰에 구체적으로 위험을 알렸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8월 19일 새벽, 피해자는 가정폭력과 함께 "죽인다고 한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고 경찰에 다급하게 신고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통합판단조사표'를 작성했으나, 재발 가능성과 피해 위험성을 나타내는 점수를 10점 만점에 2점으로 평가했습니다.
경찰 내부 기준상 3점 이상이면 임시조치 신청 대상이지만, 2점은 현장 경찰관의 재량에 맡겨지는 낮은 위험도로 분류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두 사람을 일시적으로 분리하는 데 그쳤고, 가해자를 주거지에서 내보내거나 피해자 주변 100m 접근 금지, 전화·문자 등 연락 금지를 포함하는 '긴급임시조치'는 시행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위험성을 낮게 평가한 지 약 4시간 뒤, 법적 접근 제한 조치가 없는 틈을 타 남편이 다시 피해자를 찾아가 휴대전화를 빼앗고 감금한 뒤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두 번째 신고에서 피해자는 "다시 들어와 휴대전화를 빼앗고 감금시켰다"며 신고 사실을 가해자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그제서야 남편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남편은 불구속 상태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되었고, 살인 사건 발생 후 경찰 조사에서 "9월 예정된 재판에서 실형 선고가 예상되어 앙심을 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가정폭력처벌법상 경찰이 가해자를 유치장 등에 유치하는 '임시조치 5호'는 법원이 결정한 1~3호 임시조치를 위반하고 재범 우려가 있을 때 신청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두 번째 범행 당시에는 법원의 기존 임시조치가 없는 상태였기에, 경찰은 임시조치 5호를 신청할 요건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사건 초기 신고가 새벽 시간대에 접수되어 법원의 정식 임시조치 결정을 즉시 받기 어려웠고, 당시 취할 수 있었던 조치는 '긴급임시조치'였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긴급임시조치 위반 시 현행법상 제재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그치며, 이를 위반했더라도 가해자를 유치장 등에 유치하는 임시조치 5호를 즉시 신청할 수는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첫 신고 시 경찰의 적극적인 선행 조치가 미흡했던 것이 구속영장 기각 및 이후 보호 조치 미비로 이어졌다고 지적하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입법 공백을 메우기 위한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들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태입니다. 개정안들은 긴급임시조치 위반 시 제재 강화, 경찰의 직접적인 임시조치 청구권 부여, 선행 조치 위반이 없더라도 유치장 유치 등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22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들이 심사되지 못한 채 지연되고 있어, 현장의 초동 대응 공백과 피해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전직 경찰관이 피해자를 살해하기 전 저지른 감금·폭행 사건의 1심 선고일은 최근 변경되었습니다.





자료 출처: KBS (네이버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