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어” 한국어로 건넨 고다이라… 0.39초 차 은메달 이상화 눈물, 4년 뒤 베이징에서 다시 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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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0.39초 차로 3연패를 놓친 이상화를 금메달리스트 고다이라 나오가 한국어로 “잘했어”라며 안아줬다. 4년 뒤 베이징에서는 해설위원 이상화가 17위에 그친 고다이라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 뒤 눈물 흘리는 이상화를 위로하는 고다이라 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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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8일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 이상화는 0.39초 차로 금메달을 놓쳤다. 결승선을 지난 그가 눈물을 쏟자 가장 먼저 다가온 사람은 금메달을 딴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일본)였다. 그리고 4년 뒤, 이번에는 이상화가 고다이라를 보며 울었다.

평창올림픽 여자 500m, 고다이라의 ‘쉿’ 손짓

이날 경기는 전체 16개 조로 진행됐다. 14조에 나선 고다이라는 36초94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다(일부 보도는 36초95로 표기). 일본 응원석에서 환호가 터지자 고다이라는 검지를 입술에 대고 관중에게 조용히 해 달라는 손짓을 했다. 바로 다음 15조에서 출발을 준비하던 이상화를 배려한 행동이었다.

이상화는 37초33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에 이은 3회 연속 올림픽 메달이었지만 3연패의 꿈은 거기서 멈췄다. 기록을 확인한 그는 빙판 위에서 한참 눈물을 쏟았다.

평창올림픽 여자 500m 15조 이상화 레이스 장면
15조에서 레이스를 펼치는 이상화(오른쪽 파란 경기복) · 영상 캡처: SBS 뉴스

“잘했어” 한국어 위로… 태극기·일장기 들고 함께 돈 링크

마지막 16조 경기까지 끝나 순위가 확정된 뒤, 태극기를 들고 관중에게 인사하던 이상화에게 일장기를 두른 고다이라가 다가왔다. 고다이라는 이상화를 감싸 안고 귓속말을 건넸고, 이상화는 고다이라의 어깨에 기댔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어깨를 감싼 채 각자의 국기를 들고 링크를 돌았다.

고다이라는 경기 뒤 “이상화에게 한국어로 ‘잘했어’라고 말했다”며 “엄청난 압박 속에서 해낸 노력에 축하를 건네고, 앞으로도 계속 존경하겠다(I still respect you)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는 몇 년 전 서울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자신이 우승한 직후 네덜란드로 떠나야 했을 때 이상화가 공항 가는 택시비를 대신 내줬다는 일화도 공개했다.

0.39초 차 은메달 확정 뒤 눈물 흘리는 이상화
결승선을 통과한 뒤 얼굴을 감싸며 눈물을 흘리는 이상화 · 영상 캡처: SBS 뉴스
  • 고다이라 나오: 36초94, 금메달(올림픽 신기록), 일본 여자 빙속 500m 첫 올림픽 금
  • 이상화: 37초33, 은메달(밴쿠버·소치 금에 이은 3회 연속 메달)
  • 두 선수 차이: 0.39초

영상: SBS 뉴스 공식 유튜브 (2018 평창올림픽 여자 500m)

태극기와 일장기를 들고 함께 링크를 도는 이상화와 고다이라
태극기와 일장기를 들고 나란히 링크를 도는 이상화와 고다이라 · 영상 캡처: SBS 뉴스

2019년 ‘한일 우정상’… “나오가 있어 도전을 계속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포옹은 평창올림픽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혔다. 2018평창기념재단은 2019년 4월 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두 선수에게 ‘한일 우정상’을 수여했다. 이상화는 “수많은 상을 받아 봤지만 우정상은 처음”이라며 “소치올림픽 이후 부상 때문에 은퇴를 고민했는데, 나오가 나타나 도전정신을 깨워준 덕분에 도전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상화가 2019년 5월 현역 은퇴를 발표하자 고다이라는 일본스케이트연맹을 통해 “수고했어, 그리고 고마워요”라는 한국말 섞인 인사를 전했다.

2019 한일 우정상 수여식에서 셀카를 찍는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
2019년 4월 한일 우정상 수여식에서 함께 사진을 찍는 고다이라(왼쪽)와 이상화 · 영상 캡처: 연합뉴스(자료화면)

베이징올림픽 17위… 해설석의 이상화가 눈물 흘린 이유

2022년 2월 13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500m. 30대 중반에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선 고다이라는 초반을 잘 끌고 갔지만 중반부터 힘이 떨어져 38초09, 17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KBS 해설위원으로 중계석에 앉은 이상화는 친구의 기록을 보고 눈물을 감추지 못한 채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감정을 추스른 이상화는 “무거운 왕관의 무게를 이겨낼 줄 알았는데, 심리적인 압박이 정말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고다이라는 경기 뒤 “상화가 대회 전에 메시지를 보내줘 마음이 든든했다. 나오라면 할 수 있다고 여러 번 말해줬다”고 전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상화의 눈물에 감동… 우정에 국경은 없다’는 취지의 기사로 두 사람의 우정을 조명했다.

2024년 강릉에서 다시 만난 이상화·고다이라

두 사람은 2024년 1월 22일, 6년 전 결전을 벌인 강릉 스피드스케이트장에서 다시 만났다. 이상화는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공동조직위원장, 고다이라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롤모델 자격이었다. 이상화는 “경기를 준비하는 공간을 지나오는데 울컥했다”며 “고다이라와 함께 서니 다시 선수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리: 이상화·고다이라 우정 타임라인

  • 2018.2.18 평창올림픽 500m: 고다이라 금, 이상화 은. 경기 뒤 포옹과 “잘했어”
  • 2019.4.7 2018평창기념재단 ‘한일 우정상’ 공동 수상
  • 2019.5 이상화 현역 은퇴, 고다이라 “수고했어, 고마워요”
  • 2022.2.13 베이징올림픽 500m 고다이라 17위, 해설위원 이상화 눈물
  • 2024.1.22 강원 2024 대회 중 강릉 스피드스케이트장에서 재회

승부가 끝난 뒤 상대를 먼저 안아 준 장면은 한일 양국 팬 모두에게 스포츠맨십이 무엇인지 보여준 장면으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참고: 연합뉴스(2018.2.18, 2019.4.7, 2019.5.17, 2022.2.14, 2024.1.22), SBS 뉴스(2018.2.19), 경향신문(2018.2.19), 중앙일보(2022.2.13, 2024.1.22), 강원도민일보(2024.1.22). 이미지: SBS 뉴스·연합뉴스 영상 캡처. 영상: SBS 뉴스 공식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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