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우 후 거제시 우수관로 실태 점검…담당 공무원도 파악 못해
지난달 기록적인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경남 거제시의 우수관로 시스템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담당 공무원조차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달 광복절 연휴, 경남 거제와 통영에는 90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산사태와 도시 침수, 단전·단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응급 복구는 마무리됐지만, 주민들의 일상 회복은 요원한 상황입니다. '200년 빈도' 수준의 폭우가 다시 발생할 경우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취재진은 침수 피해가 컸던 거제 도심의 우수관로 실태를 집중적으로 점검했습니다. 우수관로는 빗물을 모아 하천이나 바다로 흘려보내는 시설로, 도시별 설계 기준과 규모가 다르며 오래된 도심에는 여러 시기에 설치된 관로들이 혼재되어 있기도 합니다.
거제시 고현동의 한 상가 건물 지하에는 지름 30cm와 40cm의 원형 관, 그리고 단면적 1.5㎡의 상자형 관로 등 세 종류의 우수관이 뒤섞여 설치돼 있었습니다. 빗물이 강물처럼 넘쳤던 옥포동 중심 도로에는 지름 60cm와 30cm의 원형 관이 함께 묻혀 있었고, 수월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아래에는 가로 3m, 세로 1.6m 크기의 상자형 관이 깔려 있었습니다. 100억 원대 피해를 낸 거제면 식물원 근처 도로는 별도의 우수관로 없이 빗물이 하천으로 자연 배수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처럼 거제 지역의 우수관로는 구역 내에서도 관로의 형태와 크기가 제각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습니다.
이러한 복잡성 때문에 거제시는 특정 지역의 우수관로가 시간당 몇 mm의 강우를 처리할 수 있는지, 또는 몇 년 빈도의 강우를 기준으로 설계되었는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거제시는 오래된 관로들이 혼재되어 있어 현행 기준에 맞춰 재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관리해야 할 우수관로가 많고 복잡해 현황 파악이 어려운 점이 이번 침수 피해의 취약 요인으로 작용한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폭우 자체가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지역별 강우 처리 능력을 파악하지 못하면 침수 위험 예측 및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극한 호우 시 우수관로 체계의 취약성이 드러났다고 지적했습니다. 류시안 국립창원대학교 교수는 오래된 도시의 우수관로들은 설치 당시 기준에 따라 만들어졌으나 기록이 제대로 남아있지 않아 정확한 현황 파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신도시와 달리 오래된 지역은 필요에 따라 임시방편으로 정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정우창 경남대학교 교수는 경남 지역의 산악 지형 특성상 빗물이 저지대로 빠르게 흘러드는 점과 함께, 과거 강우량과 설계 기준에 맞춰진 우수관로가 극한 호우 발생 시 설계 기준을 초과하여 배수 능력에 한계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담당 공무원의 잦은 순환으로 인한 지속적인 점검 및 관리의 어려움도 현실적인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침수 피해의 모든 원인을 우수관로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지만,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수관로 현황 파악과 체계적인 관리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관로의 위치, 배수 능력, 연결 상태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 강우 예보에 따른 침수 위험 지역을 판단하고 대응 수위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도시 전체의 우수관로를 한 번에 개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상습 침수 지역, 저지대, 배수 능력 부족 구간, 노후화되거나 정보가 불확실한 구간 등을 우선순위로 선정하여 단계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또한, 우수관로뿐만 아니라 저류 시설, 배수펌프장, 하천 등을 연계하여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00년 빈도' 폭우가 다시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현재의 기준과 대책, 매뉴얼로 도시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지 점검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




자료 출처: KBS (네이버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