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국회의원 월 430만원 주택수당” 논란에 전국 시위 확산… 배달기사 사망으로 격화

인도네시아에서 국회의원들이 받는 엄청난 주택수당 때문에 나라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월 430만원이 넘는 돈을 주택비 명목으로 챙겨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여기에 시위 도중 21살 배달기사가 경찰 장갑차에 깔려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까지 벌어지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9월부터였다. 국회의원 580명이 1인당 월 5천만 루피아, 우리 돈으로 약 430만원의 주택수당을 받아왔다는 사실이 최근에서야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이 돈은 자카르타 최저임금의 무려 1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월급까지 합치면 의원 한 명이 한 달에 850만원 이상을 가져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민들의 분노는 당연했다. 지난 25일부터 자카르타에서 시작된 시위는 점점 규모가 커졌고, 28일에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21살 배달기사 아판 쿠르니아완이 경찰 장갑차에 깔려 목숨을 잃은 것이다.
목격자들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경찰 기동대 장갑차가 시위대를 향해 갑자기 돌진했고, 쿠르니아완을 치고도 멈추지 않고 그대로 깔아뭉갰다는 것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동료 배달기사들이 들고 일어났다. 수천 명의 배달기사들이 오토바이를 몰고 자카르타 중심부 도로를 가득 메우며 그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29일에는 시위대 수백 명이 경찰청 기동대 본부로 행진하며 건물 진입을 시도했다. 이들은 경찰청장 해임을 요구하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돌과 조명탄을 던졌고,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으로 맞섰다. 한때 자카르타 경찰본부 인근 5층 건물에 불이 나 여러 명이 갇히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불길은 다른 도시로도 번졌다. 수라바야, 욕야카르타, 반둥, 파푸아 등 전국 곳곳에서 연대 시위가 잇따랐다. 특히 배달기사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는데, 동료의 죽음에 대한 분노가 컸기 때문이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면서도 시위를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당국은 사망 사고와 관련된 경찰 기동대원 7명을 구금해 조사했지만, 실제로 장갑차를 운전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인권단체들은 사망 사고 책임자들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자카르타 법률 지원 단체는 시위 중 체포된 600명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주택수당 문제를 넘어 인도네시아 사회의 깊은 불평등을 드러낸 사건으로 보인다. 국민들이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동안, 국회의원들은 천문학적인 수당을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시위 진압 과정에서 젊은 생명이 희생되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