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못 할 법원 서류, 외국인·장애인 사법 접근권 위협
한국어 미숙 등 이유로 법원 절차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및 장애인이 사법 소외를 경험하고 있으며, 법원이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캄보디아 국적 이주노동자 A 씨는 약식명령문을 제때 이해하지 못해 정식 재판 청구 기한을 놓칠 위기에 처했다. 약식명령은 정식 재판 없이 검사 서류만으로 판결하는 절차로, 통상 7일 안에 정식 재판을 청구해야 한다. 향정신성 약품 수입 혐의로 약식 기소된 A 씨는 지인이 주문한 택배를 대신 받은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언어 장벽으로 인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했다.
법원이 외국인에게 번역문을 제공하는 문서를 '구속영장심사 안내문'과 '공소장'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문제로 지적된다. 재판사무 처리규칙에 따라 외국인에게 번역문 첨부가 의무화되어 있으나, 공소장 외 문서에는 번역문이 거의 제공되지 않는 실정이다. A 씨를 대리하는 조영신 변호사는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에게는 모든 재판 과정에서 번역문 제공이 필요하며, 특히 즉시항고 기간이 짧은 약식명령의 경우 그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약식명령은 확정 시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 핵심 문서이기 때문이다.
A 씨 측은 외국인 당사자의 재판청구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정식 재판 청구권 회복을 법원에 요청했으나, 인천지법은 외국인이라는 사정만으로는 자기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로 보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기각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역시 기각되자 대법원에 재항고를 제기한 상태다. 반면, 제주지법은 2024년 유사 사건에서 외국인 피고인의 정식재판 청구권 보장을 위해 약식명령 번역본 송달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재판 청구권 회복 결정을 내린 바 있어 대조를 이룬다.
법원 서류를 이해하기 어려워 사법 소외를 겪는 것은 외국인뿐만이 아니다. 시각장애인의 점자 판결문, 청각장애인의 수어 통역, 발달장애인의 쉬운 정보 제공 등 사법 접근권 보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점자 판결문 이용률이 낮고, 발달장애인의 경우 복잡한 서류 이해 부족으로 궐석 재판을 받거나 재판의 성격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진추진연대 이승헌 사무국장은 일상적인 소송 과정에서의 정당한 편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해 법원도 사법 접근성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법원은 올해부터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사법접근 및 사법지원 예규'를 시행하며, 장애인이 사법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과 영상 등 쉬운 자료 활용을 장려하고 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쉬운 문장과 그림을 담은 '이지 리드(easy-read)' 판결문을 공개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또한, 법원행정처는 하반기부터 시각장애인이 소송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점자 판결문 사본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법원행정처는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에게 약식명령서 번역문을 제공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외국인과 장애인은 사법 접근성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 계층으로, 이주 노동자에게 적절한 통번역 지원이 제공되어야 실질적인 사법 절차 참여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정규 변호사는 외국인과 장애인이 송달 문제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지급명령의 경우에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급여 압류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료 출처: KBS (네이버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