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후려치기로 관계 악화시킨 애플, 중국산 메모리 사용 요청 거절당한 사연
애플이 미국 정부에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 사용 허가를 요청했으나, 과거 부품사 압박 전례로 인해 거절당할 위기에 처했다. AI 시대 메모리 시장의 판도가 바뀌면서 애플의 위상도 달라졌다.
세계적인 IT 기업 애플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 사용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난항을 겪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고위 임원진은 최근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미국 외 지역에서 판매되는 애플 제품에 중국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의 메모리 반도체를 탑재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메모리 수급난으로 제품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지자, 중국산이라도 사용해 위기를 넘기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애플의 이러한 요청에 대해 동정보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그동안 애플이 수십 년간 부품 공급업체들을 상대로 무리한 가격 인하를 요구하며 납품 단가를 후려쳐왔던 관행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행태로 인해 부품사들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애플이 이제 와서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은 자업자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애플은 부품 단가를 후려치는 고객이라는 인식 때문에 부품 공급망 내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미국 유일의 대형 메모리 제조업체인 마이크론은 애플의 요청에 대해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마이크론은 중국산 저가 메모리 제품으로 인해 과거 미국 철강 산업이 쇠퇴했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향후 10년간 미국에 약 365조 원을 투자해 생산 능력을 확대하겠다는 공격적인 계획을 발표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는 미국 정부가 물가 안정과 자국 산업 보호라는 상반된 요구 사이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음을 시사한다.
애플이 과거와 달리 부품사들로부터 외면받는 상황에 처한 근본적인 원인은 인공지능(AI) 시대에 급변한 메모리 시장의 위상 변화에 있다. 과거 애플은 막대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최저가로 메모리를 확보하며 시장을 주도했으나, 이제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기업들이 새로운 큰손으로 등장했다. 실제 올해 2분기 범용 D램 가격은 이전 분기 대비 58~63%, 낸드플래시 가격은 55~60% 급등했으며, DDR4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은 6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이처럼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시장 상황에서 메모리 기업들이 굳이 단가 후려치기에 나섰던 과거의 고객사를 우선적으로 챙길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이제 메모리 시장의 '갑'은 과거의 애플이 아닌 메모리 그 자체가 되었다.
메모리 시장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위상 변화에도 불구하고 주가 저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는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두 회사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각각 4.42배, 4.73배에 불과하며, 장중 고점 대비 주가는 각각 34.8%, 40.9% 하락해 코스피 전체 PER이 역사적 최저 수준으로 밀린 것은 마이크론의 두 자릿수 PER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이러한 저평가의 주된 이유로는 ▲AI 인프라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 ▲메모리 산업의 사이클 특성으로 인한 '밸류 트랩' 가능성 ▲미국 정부의 애플 승인 시 중국산 메모리의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와 경쟁 심화 우려 등이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매수해야 한다는 '저가 매수론'과 '밸류 트랩'을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까지 무릎 꿇게 한 AI 시대 메모리 시장의 중심에 한국 기업들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며, 미국 정부의 결정이 향후 반도체 시장 판도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자료 출처: KBS (네이버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