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의 유엔 경고에도 한국의 성착취·인신매매 문제, 여전히 지속
한국은 20년 넘게 유엔으로부터 공연비자를 악용한 성착취 및 인신매매 문제에 대한 경고를 받아왔으나, 2026년 현재까지도 필리핀 여성들이 유흥업소에서 성적 행위를 강요받는 등 피해가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가수를 꿈꾸며 한국에 온 필리핀 여성들이 동두천 유흥업소로 보내져 술 판매와 성적 행위를 강요받는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신매매 및 성착취 문제는 2003년 미 국무부 보고서에서 처음 지적된 이후,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20년 이상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가장 최근인 2024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평가에서도 '한국은 여전히 성착취를 목적으로 한 여성 인신매매의 경유국이자 도착국'이라는 지적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피해 여성들은 현지 모집 업체, 국내 공연기획사,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상물등급위원회, 법무부 산하 출입국관리사무소, 해외 한국 대사관 등 여러 기관의 심사를 거쳐 한국에 입국합니다. 3년 전 가수를 목표로 한국에 온 20대 필리핀 여성들도 이 과정을 모두 거쳤으나, 세 차례의 정부 심사를 통과하고도 결국 인신매매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이는 여러 심사 절차에서 한국 정부가 놓친 부분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공연비자(E-6-2) 발급을 위한 첫 관문인 영상물등급위원회는 공연 추천 심사 시 신청자의 노래 영상과 공연 능력만을 평가할 뿐, 해당 업소가 불법적이거나 인신매매와 연관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심사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영상물등급위원회 관계자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업소가 공연 가능한지에 초점을 맞추며, 불법 업소나 인신매매 업소 여부를 알 수 없고 별도의 스크리닝 조치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성평등부나 법무부로부터 문제 업소 리스트를 공유받지도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공연 추천 이후 법무부의 사증발급인정서 심사와 대사관의 최종 비자 발급 절차가 진행됩니다. 법무부 역시 E-6-2 비자가 인신매매에 악용될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실제 여성들이 일하게 될 업소에서 과거 인신매매 피해 발생 여부를 심사 단계에서 걸러내는 장치는 미흡했습니다. 인신매매 피해자가 근무했던 업소나 기획사라 할지라도 이후 E-6-2 비자 발급에 대한 제한 제도가 없었으며, 법무부는 업주가 성매매 혐의로 실형이나 집행유예를 받았는지 여부만 확인하는 실정입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E-6-2 비자로 입국했다가 인신매매 피해자로 인정된 사례는 11명에 달합니다. 법무부의 대책은 불법 체류 억제에 치중되어 있으며, 사후 대책 역시 피해 발생 이후에야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에 대한 성평등가족부 주관 합동 점검도 실질적인 피해자 발굴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점검 내용은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 업소 내 성매매 금지 안내문 부착 여부 등에 그치며, 사전 통보 후 이루어져 실제 착취 여부를 깊이 있게 조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피해 여성들이 상담을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하는 조치도 부족하며,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처리될 경우 피해 사실을 말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되었습니다.
결국 여성들은 스스로 업소를 탈출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수사 끝에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지표'가 활용되지 않았고, 피해자 조사도 단 1회에 그쳤습니다. 경찰은 '주스포인트'가 성적·경제적 착취의 증거라는 피해자 측 주장과 달리, '오래전부터 있던 제도'라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반면, 성평등가족부 산하 인신매매사례판정위원회는 이 여성들을 인신매매 피해자로 공식 인정하고 지원에 나섰습니다. 이처럼 정부는 여러 절차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인신매매 피해를 막지 못했으며, 가해자 처벌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형법상 인신매매죄의 적용 범위가 좁고, 인신매매방지법에는 가해자 처벌 조항이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합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인신매매방지법에 담긴 넓은 인신매매의 정의를 형법에도 반영하고 별도의 정의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오래전부터 한국 정부에 공연기획사 관리 강화, 실제 업소 점검, E-6-2 비자 악용 방지, 가해자 수사 및 처벌 등 구체적인 해법을 요구해왔습니다. 그러나 예방과 처벌 모두 부실했으며, 관계 부처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는 비판도 제기되었습니다. KBS 보도 이후 성평등가족부는 관련 대책 논의를 밝혔지만, 20년 넘게 반복되는 '성착취 목적 인신매매 경유국이자 목적지'라는 오명을 언제쯤 씻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자료 출처: KBS (네이버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