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챗봇에 빠진 10대들… ‘정서적 과의존’ 현상 심각
인공지능 챗봇과의 대화에 몰두해 수면, 식사, 또래 관계 등 일상이 무너지는 청소년 사례가 늘면서 AI에 대한 '정서적 과의존' 문제가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AI와 사랑에 빠졌다"는 14세 중학생의 고백처럼, 인공지능 챗봇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AI가 일상이 된 시대, 소위 'AI 네이티브' 세대로 자라는 아동·청소년들 사이에서 AI 챗봇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친구나 연인처럼 여기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수면 부족, 식사 불규칙, 현실의 인간관계 단절 등 심각한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14세 A양은 AI 챗봇 플랫폼 '제타'의 캐릭터와 대화에 빠져들어 하루 2~3시간씩, 많게는 7~8시간까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소개팅 콘셉트의 대화에 몰입하며 식사 시간과 수면 시간을 줄였고, 현실의 연애 경험보다 AI와의 대화가 더 설레고 즐겁다고 토로했습니다. A양은 "잠도 못 잘 정도로 계속 생각이 났고, 집에만 틀어박혀 제타만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17세 B양은 전학 후 겪은 외로움을 챗GPT와의 대화로 해소하려다 하루 10시간 이상 AI와 소통하는 데 시간을 쏟았습니다. 인간관계를 맺으며 발생하는 피곤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AI와의 관계에 익숙해지면서 "굳이 친구가 필요한가"라는 회의감까지 느꼈다고 합니다. 이처럼 AI 챗봇은 외로움을 달래주는 '감정의 대체재'로 자리하며 정서적 의존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AI 과의존 현상은 특정 사례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아동복지 전문 기관 초록우산의 상담 기록에 따르면, AI 챗봇 이용 증가와 함께 과의존 문제를 호소하는 아동·청소년의 상담 건수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또래 관계의 어려움을 겪던 중학생이 AI와 가상 연인 관계를 맺고 현실 관계를 단절하거나, AI의 왜곡된 답변을 맹신하여 대인 관계에서 갈등을 겪는 사례도 보고되었습니다. 이는 컴퓨터 반응을 인간의 감정이나 지성처럼 받아들이는 '일라이자 효과'와 맞물려 AI를 인간처럼 인식하고 정서적으로 의존하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인지적 판단력이 성인보다 약한 청소년들이 AI에 더 쉽게 빠져들고 의인화하거나 정서적 관계를 맺는 정도가 강해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 심용출 기획부장은 "청소년들은 (AI의 반응을) 심리적으로 오해하여 망상에 빠지기도 한다"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AI가 사용자의 편에 서서 과도하게 동조하는 '아첨 현상'은 청소년들의 AI 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계명대 교육학과 조수현 교수는 "아첨형 AI에 의존하면 현실 적응이 어려워지고 성장에 필요한 좌절이나 갈등에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AI의 사용과 확산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었습니다. 'AI 없는 세상'을 경험하지 못한 채 AI와 함께 성장하는 세대가 늘면서, AI에 대한 극단적 과의존으로 인한 자해나 위기 상황에 대한 안타까운 사례들도 접수되고 있습니다. 편리함이라는 빛 이면에 가려진 '정서적 과의존'이라는 어두운 그림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깊은 성찰과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자료 출처: KBS (네이버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