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발 마닐라행 여객기서 심정지 위기 승객, 동승한 의사 8명 기지로 극적 구조

비행 중 심정지 위기에 처한 외국인 승객이 마침 같은 여객기에 타고 있던 국내 의사들의 신속한 응급조치와 헌신적인 보살핌 덕분에 무사히 목숨을 건진 사연이 전해졌다.
최근 강남을지병원 김정환 교수 등 의료계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필리핀 마닐라로 향하던 여객기 안에서 발생했다. 이륙 직후 기내에는 응급 환자 발생을 알리며 의료진의 도움을 요청하는 ‘닥터콜’이 다급하게 울렸다. 화장실 문 앞에는 한 외국인 중년 여성이 창백한 안색으로 쓰러져 있었고, 승무원들이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해당 항공편에는 세계가정의학회 아시아태평양지역 학술대회 참석차 마닐라로 향하던 김 교수와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인 서울성모병원 김철민 교수 등 7~8명의 전문의가 탑승하고 있었다.
의료진은 즉각 환자에게 달려가 상태를 살폈다. 환자의 체구가 크고 혀가 말려 들어가며 기도가 막힐 위기에 처하자, 김 이사장은 기내에 비치된 후두마스크(LMA)를 신속하게 삽입해 기도를 확보했다. 김 교수는 청진기로 호흡음을 살피며 수동식 인공호흡기인 ‘앰부백’을 짜 강제 호흡을 유도했다.
당시 환자는 수축기 혈압이 80㎜Hg 이하로 떨어지며 당장 심정지가 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중한 상태였다. 뇌경색까지 의심되는 상황 속에서 의료진은 기장의 회항 여부 질문에 답해야 하는 긴박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의료진의 발 빠른 조치 끝에 기적적으로 환자의 안색과 호흡, 혈압이 점차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환자는 눈을 깜빡이거나 고개를 움직이는 등 의식을 회복했다. 이후 의사들은 비행시간 내내 3시간 30분가량 번갈아 가며 환자의 곁을 지켰고, 마닐라 공항 도착 직후 대기 중이던 현지 의료진에게 환자를 안전하게 인계했다.
김 교수는 “비행 중 닥터콜을 받는 경험은 간혹 있지만, 이토록 위중한 환자를 만나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라며 “마침 많은 의사가 한 비행기에 타고 가던 중이라 다행이었고, 환자분이 앞으로도 건강을 잘 회복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