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납치했다는 보이스피싱 전화에 속아 현금 5천만 원을 들고 택시에 오른 70대 여성이 택시기사의 기지로 피해를 면했다. 승객의 통화가 수상하다고 느낀 택시기사는 승객을 설득해 아들과 직접 통화하게 했고, 목적지 대신 아들이 있는 곳으로 차를 돌렸다. 2018년 8월 서울에서 있었던 일이다.
미아삼거리에서 태운 쇼핑백 든 승객… 40분 넘게 이어진 통화
연합뉴스와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등에 따르면 택시기사 김기태(당시 67세) 씨는 2018년 8월 6일 오후 4시 50분께 서울 강북구 미아삼거리에서 쇼핑백을 든 70대 여성 A씨를 태웠다.
A씨는 목적지인 경기 시흥으로 향하는 내내 누군가와 통화를 이어 갔다. 40여 분이 지나 휴대전화 배터리가 방전되면서 통화가 끊겼다. 승객의 모습과 통화 내용을 이상하게 여긴 김 씨는 그제야 자초지종을 물었다.

“아들을 냉장고에 가두고 해치겠다”… 쇼핑백엔 현금 5천만원
A씨는 “보증금을 안 갚으면 아들을 냉장고에 가두고 해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통화 중 “엄마 살려줘”라는 아들의 비명까지 들었다며 빨리 가지 않으면 아들이 죽는다고 울먹였다. 쇼핑백에는 택시를 타기 전 인출한 현금 5천만 원이 들어 있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돈은 사기범의 지시에 따라 은행 적금을 해지해 마련한 것이었다.
- 일시: 2018년 8월 6일 오후 4시 50분께 승차
- 수법: 자녀 납치·협박형 보이스피싱(가족 비명 연출)
- 피해 예정 금액: 현금 5천만 원(적금 해지)
- 사기범 지시 행선지: 경기 시흥
보이스피싱을 직감한 김 씨는 “요즘 세상에 보증금을 안 갚는다고 납치하는 게 어디 있겠냐”며 경찰서에 가자고 설득했지만, A씨는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영상: MBN News 공식 유튜브
기사 휴대전화로 건 아들 번호… 두 번째 시도에 들린 목소리
경찰서로 향하던 중 김 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아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보자고 제안했다. 두 번째 시도 끝에 아들이 전화를 받았고, 무사한 아들의 목소리를 들은 A씨는 대성통곡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차를 서울 지하철 2호선 사당역으로 돌려 오후 6시께 A씨를 아들에게 무사히 데려다줬다. 김 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누구라도 옆에 있었다면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며 몸을 낮췄다. A씨의 아들은 “당시 경황이 없어 경찰에 신고도 못 하고 기사님께 사례도 하지 못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금융감독원 감사장… “택시기사들의 관심이 피해 막는다”
금융감독원은 2018년 8월 13일 한일택시 소속 김 씨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금감원은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피해자가 돈을 보내거나 전달할 때까지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해 주변 사람의 도움을 차단하는 수법을 쓴다며, 택시기사들이 승객의 수상한 통화를 듣게 되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정리: 자녀 납치 보이스피싱 전화 받았을 때
- 자녀를 납치했다며 돈을 요구하면 일단 보이스피싱을 의심한다. 울음·비명 소리는 얼마든지 연출될 수 있다.
-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하는 것 자체가 사기 신호다. 다른 전화기로 가족에게 직접 연락해 안전을 확인한다.
- 즉시 112에 신고하고, 이미 송금했다면 112나 해당 금융회사에 지급정지를 요청한다.
- 주변에서 현금 다발을 들고 다급하게 통화하는 노인을 보면 말을 걸어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참고: 연합뉴스(2018.8.10, 8.13), 서울경제(2018.8.10), 금융감독원 보도자료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은 택시기사에게 감사장 수여’(2018.8.13), MBN(2018.8.10). 이미지: MBN 보도 영상 캡처. 영상: MBN News 공식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