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술에 몰래 수면제 탄 30대 남성… 경찰, 현행범 체포 대신 ‘귀가 조치’ 논란

여자친구가 마시던 술에 몰래 수면제를 탄 30대 남성이 현행범으로 적발됐으나, 출동한 경찰이 체포 대신 임의동행 후 귀가 조처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교제 폭력 등 관계성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경찰의 초동 대처가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경기 평택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10시 50분경 “남자친구와 술을 마시는데 내 술에 약을 넣었다. 뭔지 모르고 먹을 뻔했다”는 30대 여성 A씨의 다급한 112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인 남자친구 B(30대)씨의 자택으로 출동한 경찰은 두 사람을 분리한 뒤 조사를 진행했다. A씨는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남자친구가 소주병에 어떤 액체를 붓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고, 경찰은 집 안 수색 끝에 정체불명의 액체가 담긴 물약통을 발견했다.
경찰의 추궁에 B씨는 “여자친구가 술을 마시면 난동을 부려 재우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며 “과거 처방받은 수면유도제를 탔다”고 범행 사실을 시인했다.
혐의를 인정한 B씨에 대해 경찰은 현행범 체포 대신 임의동행(수사기관의 동행 요구에 피의자가 동의해 연행하는 것) 형식으로 경찰서로 데려가 조사를 마친 뒤 귀가 조처했다. 당시 피해자 A씨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고, 별다른 피해 진술도 하지 않아 현행범 체포 요건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교제 기간 잦은 다툼으로 여러 차례 112에 신고된 이력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스토킹이나 교제 폭력이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전조 증상이 많은 점을 고려할 때, 경찰이 가해자를 단순히 귀가시킨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출동 경찰관이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체포할 요건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일단 B씨를 상해미수 혐의로 형사 입건하고, 압수한 약물을 감식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