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에 남은 돈은 1달러 25센트. 이틀째 굶은 손주들에게 먹일 달걀 한 판을 사기엔 50센트가 모자랐다. 2014년 12월 미국 앨라배마주의 작은 도시 태런트(Tarrant)에서 달걀을 훔치다 붙잡힌 할머니와, 그를 체포하는 대신 달걀 한 판을 사서 건넨 경찰관의 이야기는 지금도 ‘경찰관 선행’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외 감동 실화로 꼽힌다.
50센트가 모자랐던 할머니, 주머니에 달걀을 넣다
AL.com과 NPR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2014년 12월 6일 토요일, 태런트의 한 달러 제너럴(Dollar General) 매장에서 일어났다. 당시 47세였던 헬렌 존슨(Helen Johnson)은 두 자녀와 조카, 손주 둘까지 다섯 식구를 혼자 먹여 살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이틀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한 상태였다.
달걀값을 치르기엔 50센트가 부족했다. 존슨은 훗날 “순간 정신이 나갔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달걀 몇 알을 주머니에 넣었고, 곧 직원에게 들켰다. 매장 측은 경찰을 불렀다.
경찰관이 꺼낸 건 수갑이 아니라 지갑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사람은 태런트 경찰서의 윌리엄 스테이시(William Stacy) 경관이었다. 존슨은 “이제 감옥에 가겠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매장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스테이시 경관은 존슨에게 주차장 한쪽에서 기다리라고 한 뒤 매장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그는 달걀 한 판(12개)을 사 들고 나와 존슨에게 건넸다.
ABC 계열 방송 인터뷰에서 스테이시 경관은 “할머니가 울면서 ‘도와주세요, 아이들 배를 채워야 해요’라고 했다. 그 말이 가장 크게 와닿았다”고 말했다. 존슨이 가진 돈 1달러 25센트를 내밀자 그는 받지 않았다. 대신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달라”는 것이 그가 내건 유일한 조건이었다.
▶ 태런트 경찰이 헬렌 존슨의 집에 기부 식료품을 전달하는 모습 (AL.com 공식 유튜브, 2014)
지나가던 시민이 찍은 영상, 전 세계 기부로 이어지다
이 장면은 근처에 있던 한 시민의 휴대전화에 고스란히 담겼다. 경찰관이 할머니를 안아 주며 달걀을 건네는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자 태런트 경찰서에는 미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음식과 돈, 옷을 보내겠다는 연락이 쏟아졌다.

사건 나흘 뒤인 12월 10일, 태런트 경찰관들은 기부받은 식료품을 트럭 두 대에 가득 싣고 존슨의 집을 직접 찾아갔다. 쌓여 가는 음식을 바라보던 존슨은 “이건 그냥 음식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 준 만나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지역 매체에 “집이 이렇게 가득 찬 건 열두 살 때 할머니 집에 살던 이후 처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들 잘못이 아니잖아요’… 처벌보다 먼저 사람을 본 선택
스테이시 경관은 예전 출동으로 존슨의 집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남긴 말, “아이들을 굶게 둘 순 없다. 아이들 잘못이 아니니까”는 이 사건을 상징하는 문장이 됐다.
물론 절도는 절도다. 다만 이 일은 법 집행이 처벌만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한 사람의 작은 선택이 얼마나 큰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보여 줬다. 달걀 12개에서 시작된 선행은 트럭 두 대 분량의 식료품으로 돌아왔다. 당시 태런트 경찰이 식료품을 전달하던 현장은 지역 매체 AL.com이 영상으로 남겼다.
참고: AL.com(2014.12.10), NPR(2014.12.11), CBS News(2014.12.10), ABC7(2014.12.13), The Independent(2014.12.14) 보도. 이미지: AL.com 보도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