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문 열려있으면 대피 불가?”… 청라 신축 오피스텔 하향식 피난구 ‘안전 부실’ 논란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위치한 한 대형 신축 오피스텔에서 화재 시 대피용으로 설치된 ‘하향식 피난구’가 세탁기 위치와 겹쳐 사실상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입주민들의 주장이 제기되며 안전 부실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구 청라동 소재의 해당 오피스텔(지하 4층∼지상 47층, 3개 동, 702세대 규모) 일부 세대에서 비상 대피 시설의 구조적 결함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가 된 시설은 각 세대 발코니 바닥에 설치된 하향식 피난구다. 화재 발생 시 덮개를 열고 철제 사다리를 펼쳐 아래층으로 대피하는 구조이나, 피난구 바로 옆에 옵션으로 설치된 세탁기와 건조기 문이 열려 있을 경우 특정 각도에서 사다리가 걸려 제대로 펼쳐지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됐다. 특히 아래층 세대의 세탁기 문이 열려 있으면 위층 세대 거주자가 비상시 아래로 탈출할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이처럼 피난구와 세탁기 간섭 우려가 있는 세대는 총 118세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입주 예정자인 40대 A씨는 “지난 1월 사전 점검 때부터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으나, 시공사는 고작 ‘세탁기와 건조기 문을 항상 닫아달라’는 안내문을 배포한 것이 대책의 전부”라며 “생명과 직결된 문제를 안일하게 취급하고 있다. 화재 시 대피를 못 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강력히 비판했다. 다른 입주 예정자들 역시 피난구 위치나 세탁기 배치를 조정하는 등 실질적인 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기관과 시공사 측은 법적 위반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관할인 인천 서부소방서는 현장 점검 결과 위법 사항은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피난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어 시공사에 개선 권고 공문을 발송했다. 인천경제청 역시 “오피스텔 하향식 피난구는 건축법상 의무 설치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행정적인 별도 조치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시공사 측은 법적 기준과 소방 당국의 권고에 맞춰 안내문까지 전달했으니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시공사 관계자는 “해당 건물에는 23층과 옥상 등에 별도의 대피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하향식 피난구는 갑작스러운 상황을 대비한 추가적인 시설”이라며 “실제 사용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해 현재로서는 위치를 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혀 입주민들과의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