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러 나라 슈퍼마켓의 냉장·냉동고 온도가 하룻밤 사이에 치솟는 사이버 공격이 또 벌어졌다. 지난달 프랑스 슈퍼마켓 약 700곳을 덮친 ‘냉동고 해킹’과 같은 수법으로 보이며, 매장마다 녹은 아이스크림과 상한 육류·유제품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는 일이 이어졌다. 유럽연합(EU)은 이를 “식량 공급망을 방해하려는 의도적 시도”로 규정했다.
벨기에·스웨덴 등 7개국 동시다발… 어디가 당했나
BBC와 가디언, 로이터 보도를 종합하면 현지시간 11월 1일 밤부터 2일 새벽 사이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웨덴, 네덜란드, 아일랜드, 에스토니아, 핀란드 등 최소 7개국 매장에서 피해가 확인됐다. AFP는 이탈리아와 포르투갈까지 포함해 9개국이라고 전했다.
- 벨기에·룩셈부르크: 델레이즈 약 40곳, 까르푸 벨기에 700여 곳 중 15곳, 인터마르셰 15곳, 콜루이트(스파) 5곳, 이케아 몽스 매장
- 스웨덴: ICA 일부 매장, 쿠프 800여 곳 중 6~7곳
- 아일랜드: 슈퍼밸류 223곳 중 13곳(특정 모델 냉장고)
- 네덜란드: 정육점·동네 상점 등 최소 17곳 / 에스토니아: 셀베르 1곳 / 핀란드: 케스코 K마트 일부

“온도 50도로 설정”… 성에 제거 모드로 바꾼 수법
스웨덴 남부 셰보(Sjöbo)의 ICA 매장은 SNS에 “밤사이 냉장고와 냉동고가 해킹당했고, 온도가 50도로 설정됐다”고 알렸다. 매장 관계자는 현지 방송에 “어떤 조직이 냉장·냉동고 온도 관리 시스템에 침입해 설정을 바꿨다”며 “일종의 테러”라고 말했다.
델레이즈 냉장 설비를 운영하는 벨기에 업체 사브코벨의 스테판 물랑스 대표는 벨가통신에 “사이버 공격”이라며 냉동기 증발기가 ‘성에 제거(디프로스트) 모드’로 바뀌어 내부가 데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벽 1시부터 기술자를 동원해 밤새 감염된 설비를 네트워크에서 분리했다”며, 프랑스 공격 이후 대비해 왔지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는 안 되고 물리적 개조가 필요한 장비도 있다고 밝혔다.

매장 한 곳 손실만 10만 유로… 쓰레기봉투 산더미
벨기에 호일라르트의 한 델레이즈 매장은 현지 매체에 10만 유로어치 상품을 잃었다고 했다. 영업을 못 한 손실은 뺀 금액이다. 매장들은 냉장 트럭을 불러 재고를 옮기거나, 냉장·냉동 진열대를 비운 채 “사이버 공격으로 냉장·냉동 상품이 없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다만 델레이즈는 물류센터는 정상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700곳에 이어 두 번째… 배후는 아직 몰라
이번 공격은 10월 프랑스에서 인터마르셰, 쿠페라티브 U, 까르푸, 르클레르, 모노프리 등 최대 700개 매장이 당한 사건과 닮았다. 당시 해커들은 주로 덴마크 댄포스(Danfoss) 제어장치를 장악해 영하 27도였던 냉동고를 50도 넘게 올렸고, 피해액은 수천만 유로로 추산됐다. 파리 검찰이 수사 중이며, 프랑스 국가사이버보안청(ANSSI)은 다른 업체 2곳의 제어장치도 공격 대상이었다고 확인했다.
이번에도 금전 요구나 범행을 자처한 단체는 없다. 벨기에 검찰과 스웨덴 국가사이버보안센터가 조사에 나섰고, 각국 사건이 같은 세력의 소행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존 빌로 스웨덴 국가사이버보안센터장은 “인터넷에 노출된 산업용 제어장치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보안업체 센티넬원 관계자는 금전 요구가 없다는 점에서 ‘사보타주(파괴 공작)’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정리: 왜 냉장고가 표적이 됐나
- 대형 마트 냉장 설비는 원격 점검을 위해 인터넷에 연결된 경우가 많다.
- 보안 업데이트가 안 된 제어장치는 명령 몇 줄로 온도를 바꿀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EU 크리스토프 한센 농업·식량 담당 집행위원은 “지금 식량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은 아니지만 식품 폐기와 기업 피해는 실질적 문제”라고 했다.
-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는 자국 피해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영상: Guardian News 공식 유튜브
참고: BBC(11월 2일), 가디언(11월 2일), 로이터·AFP(11월 2일), 아시아경제·주간조선(11월 3일). 피해 매장 수는 매체·시점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이미지·영상: Guardian News 공식 유튜브 보도 영상 캡처(원 영상 RTL·TV4·Reuters).